중세 아랍의 과학자들 알비루니: 측량·지오데시로 보는 ‘지구를 재는 과학’

중세 아랍의 과학자 알비루니는 땅을 ‘설명’하는 대신 재고 계산해 지리 지식을 굳혔습니다. 측량·단위·기준이 어떻게 세계 이해를 바꿨는지 정리합니다. 천동설이 진리라고 믿었던 시대였는데 지구를 측정하기 위해시도 했던 방법들이 너무나도 체계적이고 데이터화 되어갔다는 점이 시대를 앞서 갔던 알비루니의 업적을 다시 한번 놀랍게 합니다. 지금부터 함께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던 알비루니의 방법을 함께 알아보시죠.


들어가며: “지구를 잰다”는 말이 과장처럼 들리는 이유

지구는 너무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지구의 크기를 “어딘가에서 누가 이미 계산해 둔 값”으로 받아들이죠.
하지만 알비루니의 시대에는, 그 값이 권위의 문장으로 떠돌기 쉬웠습니다. 누군가 “이렇다더라”라고 말하면 반박하기 어렵고, 다른 지역의 기록과 충돌하면 더 혼란스러워집니다.

알비루니가 한 일은 단순합니다.

  • 지구의 크기를 믿을 만한 숫자로 고정하고
  • 그 숫자가 나오기까지의 절차를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게 만들려 했습니다.

이 글은 중세 아랍의 과학자 알비루니를 “박학다식한 인물”이 아니라, **측량·지오데시(지구 측정학)**의 관점에서 읽어보는 글입니다.


알비루니 대략 연대기 (생몰·활동 흐름)

중세 인물은 기록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을 수 있어 대략의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 출생: 973년경
  • 활동: 10세기 말 ~ 11세기 전반(관측, 지리·측량, 수학, 자연 연구를 폭넓게 전개)
  • 사망: 1048년경

연대기에서 중요한 건 “언제 무슨 직함”이 아니라, 그의 작업이 꾸준히 측정 → 계산 → 기준화 → 기록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지오데시(지구 측정학)란 무엇인가

지오데시는 단순히 “지도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핵심 질문은 3가지입니다.

  1. 지구의 크기와 형태는 어떤가?
  2. 지표 위 한 지점의 위치를 다른 지점과 어떻게 연결할까?
  3. 거리·각도·고도를 어떤 기준으로 재고, 오차는 어떻게 다룰까?

알비루니의 측량은 이 세 질문을 함께 다룹니다.
그래서 그의 연구는 천문학·기하학·지리학·도구 제작이 서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지구를 잰다”는 목표 하나가 모든 분야를 한 줄로 묶어주기 때문입니다.


왜 ‘측량’이 지리 지식을 단단하게 만들었나

말로 쓰는 지리는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약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 표현이 화려해도 비교 기준이 없으면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
  • 지역이 바뀌면 단위가 바뀌어 같은 말이 다른 의미가 된다
  • 시간이 지나면 길과 경로가 달라져 기록이 충돌한다

반면 측량이 들어오면 지리는 강해집니다.

  • 숫자는 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 비교는 검증을 가능하게 하고
  • 검증은 표준을 만들며
  • 표준은 지식을 축적하게 합니다

이 흐름 자체가 알비루니의 연구가 가진 “지식의 내구성”입니다.


알비루니의 핵심 발상 1: “직접 잴 수 없는 것”을 쪼개서 잰다

지구의 크기, 도시 간 거리, 산의 높이 같은 값은 대부분 직접 재기 어렵습니다.
알비루니식 측량은 여기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웁니다.

직접 재기 어려운 대상은, 측정 가능한 조각으로 분해해 다시 조립한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대상까지의 거리”는 직접 걸어서 재기 어렵습니다. 대신 다음을 재면 됩니다.

  • 관측 지점에서의 각도
  • 기준선(베이스라인)의 길이
  • 그로부터 계산되는 삼각형의 변과 관계

즉, 측량은 ‘걷기’가 아니라 기하학적 조립입니다.


알비루니의 핵심 발상 2: 측량의 주인공은 ‘숫자’가 아니라 ‘기준’이다

측량을 하다 보면 숫자는 계속 나오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숫자가 무엇을 기준으로 나왔는가”입니다.

  • 기준선은 어디에 두었나?
  • 단위는 무엇을 사용했나?
  • 같은 단위를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나?
  • 동일한 절차를 반복하면 같은 값이 나오나?

알비루니가 의미 있는 이유는, 결과값을 남기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기준을 세우는 철학을 함께 밀어붙였다는 점입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측량 데이터는 쌓이지 않고 흩어집니다.


지구를 재는 대표적인 측량 프레임 1: 고도와 지평선으로 접근하기

알비루니의 지구 측정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산 정상에서 뭘 했다” 정도로만 기억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벤트가 아니라 프레임입니다.

  • 산의 높이(또는 관측 지점의 고도)를 구한다
  • 지평선이 보이는 각도(지평선 하강각 같은 개념)를 관측한다
  • 관측값을 기하학적으로 연결해 지구의 반지름(또는 둘레)을 추정한다

핵심은 “지평선”이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구의 곡률이 만들어낸 측정 신호라는 점입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지평선의 성질은 달라져야 하고, 그 차이를 각도로 잡아내는 순간 지구는 ‘추정’이 아니라 ‘계산’의 대상이 됩니다.


지구를 재는 대표적인 측량 프레임 2: 위도 차이를 이용한 거리 해석

또 다른 큰 줄기는 “하늘을 이용해 땅을 재는 방식”입니다.

  • 두 지점에서 특정 천체(또는 태양)의 고도를 측정해 위도 차이를 얻는다
  • 위도 1도에 해당하는 지표 거리(또는 호의 길이)를 계산한다
  • 그 결과로 지구 둘레를 추정한다

여기서 알비루니의 장점은 “관측을 감상처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 같은 천체라도 관측 조건에 따라 값이 흔들릴 수 있으니 반복한다
  • 도구의 오차가 들어오니 보정을 고민한다
  • 관측값과 계산값의 불일치를 기록하고 이유를 추적한다

이 습관이 지오데시를 “한 번의 계산”이 아니라 “누적 가능한 연구”로 바꿉니다.


측량에서 반드시 등장하는 문제: 단위, 기준점, 그리고 ‘같은 값’의 조건

측량이 어려운 이유는 수학 때문만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더 큰 적은 단위와 기준입니다.

단위 문제: 숫자가 커질수록 단위는 더 무서워진다

짧은 거리는 눈대중으로도 버틸 수 있지만, 도시 간 거리나 지구 규모로 가면 단위 오차가 폭발합니다.

  • 단위가 지역마다 다르면 데이터가 합쳐지지 않는다
  • 같은 단위 이름이라도 길이가 다르면 비교가 불가능하다
  • 측정 도구의 눈금이 일관되지 않으면 누적 오차가 커진다

알비루니가 측정·단위·기준을 함께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구를 재려면 단위부터 ‘지구급’으로 단단해야 합니다.

기준점 문제: 어디서부터 잴 것인가

지도나 측량은 항상 “0”이 필요합니다.

  • 어떤 도시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 어떤 방향을 기준으로 잡을 것인가
  • 어떤 고도를 ‘기준 고도’로 둘 것인가

기준점이 흔들리면, 결과가 맞아도 해석이 틀립니다.
알비루니가 남긴 가치는 “측정은 기준을 세우는 정치이자 철학”이라는 통찰로도 읽힙니다.


알비루니식 측량의 기술적 태도 1: 오차를 ‘부끄러움’이 아니라 ‘정보’로 다룬다

측량은 언제나 오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차를 숨기면 지식이 약해집니다.
오차를 드러내고 관리하면 지식이 강해집니다.

알비루니식 태도를 한 줄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 “값이 나왔다”가 아니라
  • “어떤 조건에서 어떤 오차를 갖는 값이 나왔다”

오차의 주요 원인(예시)

  • 관측 각도 읽기 오차(눈금·시야·정렬)
  • 기준선 길이 측정 오차(지형, 곡선, 장력, 늘어짐)
  • 대기 조건(빛 굴절, 시야 흐림)
  • 반복 측정의 변동(사람의 손, 시간 변화)

이 오차들을 분해해서 기록하면, 같은 측량을 다시 하는 사람은 “운”이 아니라 “개선된 절차”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알비루니식 측량의 기술적 태도 2: 교차검증으로 지식을 잠근다

한 가지 방법으로만 얻은 값은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측량의 강한 방법은 서로 다른 경로로 같은 값을 확인하는 겁니다.

  • 천문 관측으로 얻은 값 vs 지상 측량으로 얻은 값
  • 다른 도구로 얻은 값
  • 다른 지점에서 같은 목표를 관측한 값

교차검증이 들어가면, 지리 지식은 “설명”이 아니라 “체계”가 됩니다.
이 체계화가 바로 중세 아랍의 과학자들이 지식 표준화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기반입니다.


측량이 만든 변화: 지리 지식이 ‘서술’에서 ‘모형’으로 바뀐다

알비루니의 측량은 단순히 숫자 몇 개를 남기는 일이 아닙니다.
측량이 들어오면 지리는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1) 지리는 ‘경험담’에서 ‘모형’으로 바뀐다

  • “멀다/가깝다” → 거리와 각도로 표현
  • “북쪽이다/남쪽이다” → 방향과 좌표로 표현
  • “높다/낮다” → 고도로 표현
  • “여기서 저기까지 사흘” → 경로의 조건을 분리해 설명

이렇게 되면 지리는 한 번 읽고 끝나는 글이 아니라, 다음 연구의 입력 데이터가 됩니다.

2) 지리는 기술과 경제와 바로 연결된다

측량 값이 쌓이면, 실무는 빨라집니다.

  • 경로 선택(시간/위험/비용)
  • 조세와 행정(구역 설정, 거리 기준)
  • 건축과 토목(고도, 수평, 배수)
  • 무역과 항해(방향, 거리, 기착지)

결국 “지구를 재는 과학”은 학문적 성취인 동시에 사회의 운영 방식과도 연결됩니다.


알비루니가 남긴 ‘측량 철학’ 5가지로 정리

이 글을 정리하며, 알비루니의 지오데시 관점을 다섯 줄로 묶어보겠습니다.

  1. 큰 대상은 분해해서 잰다: 측정 가능한 조각으로 쪼개 기하로 조립한다
  2. 측정은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단위·기준점·절차가 없으면 값은 떠돈다
  3. 오차는 제거가 아니라 관리다: 오차를 기록하고 줄이는 방식이 지식을 단단하게 만든다
  4. 교차검증이 신뢰를 만든다: 다른 경로로 같은 값을 확인해 지식을 잠근다
  5. 숫자는 서술을 이긴다: 숫자는 비교·검증·축적을 가능하게 해 지리를 ‘표준’으로 바꾼다

이 다섯 가지는 시대가 달라도 그대로 통합니다.


오늘의 관점에서 보는 알비루니: GPS 이전의 ‘좌표 감각’

오늘날 우리는 GPS 덕분에 좌표가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옛 측량”은 구시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GPS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건 같습니다.

  • 기준 좌표계가 다르면 데이터는 합쳐지지 않는다
  • 센서 값은 많아도 검증이 없으면 신뢰가 떨어진다
  • 도구가 좋아질수록 오차는 “더 작은 규모로” 숨어들 뿐 사라지지 않는다

알비루니는 이 문제를 도구의 한계 속에서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래서 그는 단지 옛날 학자가 아니라, 측정 기반 지식의 원리를 보여주는 중세 아랍의 과학자로 읽힙니다.


지구를 잰다는 건 ‘세계관’을 바꾸는 일이다

알비루니가 남긴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강력합니다.

  • 세계를 설명하려면 먼저 재야 한다
  • 재려면 단위와 기준을 세워야 한다
  • 기준을 세우면 지식은 비교되고, 비교되면 검증되고, 검증되면 축적된다

이 흐름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하나입니다.
지리는 더 이상 “누가 더 그럴듯하게 말했나”의 싸움이 아니라, 누가 더 잘 측정하고 더 잘 검증했나의 축적이 됩니다.

중세 아랍의 과학자들 알파르가니: 복잡한 천문학을 ‘설명서’로 바꾼 커뮤니케이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