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의 과학자들 이븐 알나피스: 순환 개념이 ‘관찰 기반’으로 자리 잡는 방식

중세 아랍의 과학자 이븐 알나피스는 ‘혈액이 심장 벽의 보이지 않는 구멍을 통과한다’는 통설을 의심하고, 폐를 거치는 경로로 설명을 재구성했습니다. 순환 개념이 관찰·해부·논증을 통해 설득력을 얻는 과정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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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큰 이론”은 어떻게 ‘관찰 기반’이 되는가

지식의 역사에서 가장 자주 벌어지는 장면은 이겁니다.
사람들이 모두 믿는 설명이 있고(권위 있는 이론), 그 설명은 꽤 오래 잘 굴러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현실의 관찰과 맞지 않는 지점이 늘어납니다. 이때 필요한 건 “완전히 새로운 말”이 아니라,

  • 어떤 관찰이 기존 이론과 충돌하는지 명확히 밝히고
  • 충돌을 해결하는 더 설득력 있는 경로를 제시하며
  • 그 경로가 왜 타당한지 논증 규칙으로 잠그는 것

이븐 알나피스(Ibn al-Nafis)는 바로 이 과정을 ‘순환’ 개념에 적용한 인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단순히 “폐순환을 먼저 말했다”가 아니라, 순환이라는 큰 개념을 ‘관찰과 해부 지식에 기대어’ 설계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이븐 알나피스 대략 연대기: 핵심 업적이 ‘어떤 글’에서 나왔는지까지

연대기를 잡아두면 글의 정보 밀도가 올라갑니다(검색에도 유리합니다).

  • 1210~1213년경 출생, 다마스쿠스(Damascus) 출신으로 정리되는 자료가 많음
  • 16세 전후 다마스쿠스의 누리 병원(Nuri Hospital)에서 의학을 공부했다는 전기 정보가 자주 소개됨
  • 1236년경 이집트로 이동해 활동했다는 정리도 있음
  • 주요 논의가 담긴 저술로 **『이븐 시나(아비센나) 『의학정전』 해부학 주석(Commentary on Anatomy in Avicenna’s Canon)』**이 언급됨(13세기 저작)
  • 1288년 카이로(Cairo)에서 사망으로 널리 정리됨
  • 해당 주석서 필사본이 1924년 베를린(당시 프로이센 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되며 ‘최초 폐순환 서술’이 널리 알려졌다는 흐름이 자주 소개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업적”이 뜬금없이 떠오른 게 아니라 ‘고전(갈레노스·아비센나)을 주석하는 과정’에서 논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배경: 당시의 ‘통설’은 무엇이었나

이븐 알나피스의 주장(혹은 재구성)을 이해하려면, 그가 반박한 통설을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갈레노스 전통의 심장 이해입니다.

  • 오른심실로 온 혈액이 심실 사이 벽(중격)의 보이지 않는 구멍을 통해 왼심실로 이동하고
  • 왼심실에서 공기와 섞여 ‘정기(spirits)’가 만들어져 퍼진다는 식의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정리입니다.

이 설명은 당시의 해부·생리 지식으로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구멍이 실제로 보이는가?”라는 질문에는 약했습니다. 이 약점을 파고든 게 이븐 알나피스의 방식입니다.


핵심 1: ‘보이지 않는 구멍’ 대신 ‘폐를 거치는 경로’를 세운다

이븐 알나피스가 의미 있게 평가받는 지점은, “심실 중격에 구멍이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혈액이 폐를 거쳐 왼쪽으로 간다고 설명했다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과학 글쓰기 관점에서 중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설명 방식의 업그레이드입니다.

  • 문제 제기: 중격을 통과한다는 통로가 관찰로 확인되기 어렵다
  • 대체 경로 제시: 혈액은 폐동맥을 통해 폐로 가고, 폐에서 변화한 뒤 폐정맥을 통해 왼쪽으로 간다(요지)
  • 설득 장치: 폐의 역할(공기와의 접촉, 변화의 장소)을 기능적으로 배치한다

즉 “심장 내부의 가상의 지름길”을 지우고, 폐라는 실제 기관을 경유지로 넣어 모델을 더 현실 쪽으로 끌고 옵니다.


핵심 2: 관찰 기반이 되는 ‘논증 습관’

이븐 알나피스의 글은 단순 선언이 아니라, 관찰과 추론의 순서를 가집니다. 이를 블로그 글쓰기용으로 번역하면 다음 3단계입니다.

1) 관찰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

  • 관찰 가능한 구조(혈관, 심장 방)
  • 관찰이 애매한 가정(보이지 않는 구멍 같은 가정)

이 구분이 들어가는 순간, 글은 “권위 인용”이 아니라 “검증 태도”를 갖습니다.

2) 기능(역할)로 기관을 설명

폐를 단지 ‘공기 주머니’로 두지 않고, 경로 상에서 “왜 여기를 거쳐야 하는가”를 기능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3) 반대 이론을 ‘요약 후 반박’

좋은 논증은 상대를 허수아비로 만들지 않습니다. 통설을 먼저 정리하고, 그 통설이 왜 약한지(관찰/구조 측면에서) 공격합니다.

이 습관이 쌓이면, 큰 이론도 “관찰 기반”으로 굳어집니다.


핵심 3: ‘모델’이 커지는 방식—폐순환에서 다음 단계로

이븐 알나피스의 주석서는 폐순환뿐 아니라, 관상순환(심장 자체 혈관)이나 모세혈관(폐동맥과 폐정맥 사이의 ‘미세한 통로’에 대한 언급) 같은 내용이 ‘초기 형태’로 소개되기도 합니다. 다만 오늘날의 해부학처럼 정확한 실체 관찰이 아니라, 필요한 연결을 가정·예측하는 방식에 가깝다고 정리됩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현대와 똑같이 맞췄다”가 아니라, 모델이 커질 때 보통 이런 순서를 따른다는 점입니다.

  • (A) 기존 모델의 빈칸을 찾는다
  • (B) 빈칸을 메울 최소 연결을 제안한다
  • (C) 후대의 관찰(기술 발전)이 그 연결을 실제 구조로 확인한다

즉, 이븐 알나피스는 순환 개념을 **연결 가능한 구조로 ‘모델링’**하는 훈련을 보여줍니다. 이게 ‘관찰 기반’이라는 표현의 진짜 의미입니다.


왜 당대에 바로 ‘표준 지식’이 되지 않았나

많은 독자가 궁금해하는 지점이죠. “그렇게 중요한 설명이면 왜 즉시 퍼지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겹칩니다.

  • 당시 의학 교육과 권위 체계가 여전히 강했고
  • 원문 필사본의 유통과 접근성이 제한적이었으며
  • 무엇보다 후대에 이 주석서가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1924년 필사본 발견으로 강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 주석서가 1520년 라틴어로 번역되었다는 기록도 있어, 전파 경로가 단선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중세 아랍의 과학자 관점에서 정리하는 ‘증거 중심 글쓰기’ 5원칙

이 파트는 다른 인물 글에도 그대로 재사용할 수 있는, 이븐 알나피스형 글쓰기 규칙입니다. 핵심은 “내가 옳다”가 아니라, 독자가 읽고 나서 “이 설명이 왜 더 설득력 있는지” 스스로 따라오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1) 통설을 먼저 정확히 요약한다

상대를 정확히 요약할수록, 반박이 설득력을 얻습니다.

왜 중요한가

반박은 “상대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정확할 때만 유효합니다. 통설을 대충 적으면, 독자는 반박을 “허수아비 공격”으로 느낍니다. 반대로 통설을 공정하게 정리하면, 이후의 비판이 훨씬 강해집니다.

이렇게 쓰면 좋다 (문장 템플릿)

  • “당시 널리 퍼진 설명은 크게 두 단계로 요약된다.”
  • “첫째, ~~가 ~~로 이동한다. 둘째, ~~가 ~~와 결합해 ~~가 만들어진다.”
  • “이 모델의 강점은 ~~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이다.”
  • “하지만 약점은 ~~라는 가정이 ‘확인’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체크리스트

  • 통설이 말하는 경로/원인/결과를 2~3문장으로 압축했나?
  • 통설의 **장점(왜 사람들이 믿었는지)**을 1문장이라도 인정했나?
  • 내가 공격할 지점(약점)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관찰 가능성으로 제시했나?

포인트: “상대가 틀렸다”가 아니라, “상대 모델의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먼저 정확히 보여주는 것.


2) “관찰 가능한 구조”를 우선 배치한다

심장·혈관·폐처럼 실제 구조를 먼저 두고, 가정은 뒤로 보냅니다.

왜 중요한가

증거 중심 글쓰기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가정이 먼저 달리고, 관찰이 뒤에서 끌려오는 형태입니다. 독자는 금방 느낍니다.
반대로 “보이는 것/만져지는 것/확인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면, 글은 자연스럽게 과학적 태도를 갖습니다.

이렇게 쓰면 좋다 (문장 템플릿)

  • “먼저 관찰 가능한 사실부터 정리해보자.”
  • “심장은 방(공간)이 나뉘고, 혈관은 특정 방향으로 연결된다.”
  • “폐는 혈액이 지나가는 길목이자, 공기와 접촉하는 기관이다.”
  • “이 구조를 기준으로 보면, ~~라는 가정은 불필요하거나 취약해진다.”

적용 팁: ‘구조 → 기능 → 추론’ 순서

  • 구조(Structure): 무엇이 어떻게 생겼나?
  • 기능(Function): 그 구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추론(Inference): 그래서 어떤 경로/결론이 더 자연스러운가?

포인트: 구조를 먼저 깔면, 나중에 나오는 주장이 “뜬금없는 주장”이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 결론”처럼 보입니다.


3) 대체 설명은 ‘경로’로 제시한다

논쟁을 단어 싸움으로 만들지 말고, **흐름(어디에서 어디로)**으로 제시합니다.

왜 중요한가

의학·자연학 논쟁은 쉽게 “용어 정의 싸움”이 됩니다. 하지만 독자가 이해하는 건 단어가 아니라 **흐름(프로세스)**입니다.
특히 이븐 알나피스의 강점은 ‘폐를 거치는 경로’처럼 지도를 그리듯 설명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쓰면 좋다 (문장 템플릿)

  • “대체 설명은 한 문장 주장보다 ‘경로도’로 제시하는 게 강하다.”
  • “오른쪽 → (폐로) → 왼쪽”처럼 단계가 보이면, 모델은 설득력을 얻는다.
  • “중요한 건 단어가 아니라 ‘중간 경유지’가 추가되면서 충돌이 해소된다는 점이다.”

글에 바로 넣는 “경로 표기” 예시(문장형)

  • “혈액은 오른쪽 심장에서 바로 왼쪽으로 ‘점프’하는 게 아니라, 폐를 거쳐 이동한다.”
  • “폐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의 장소’로 들어온다.”

체크리스트

  • 독자가 머릿속에 화살표 3개 이상을 그릴 수 있나?
  • 경로에서 각 단계가 하는 역할(왜 거기를 거치는지)이 1문장이라도 있나?
  • “그래서 무엇이 더 잘 설명되는가?”를 붙였나?

포인트: “폐순환”을 말할 때 핵심은 ‘정답’이 아니라 “경로를 바꾸면 설명이 더 매끈해진다”는 체감입니다.


4) 빈칸은 ‘예측’으로 표시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무리하게 단정하지 않고, “이 사이에는 연결이 필요하다”처럼 예측의 언어로 둡니다.

왜 중요한가

지식이 자주 무너지는 지점은 “모르는 것을 너무 빨리 확신”할 때입니다.
증거 중심 글쓰기에서는 빈칸을 빈칸으로 남기는 기술이 오히려 고급입니다. 그래야 후대의 관찰/실험이 들어올 자리가 생깁니다.

이렇게 쓰면 좋다 (문장 템플릿)

  • “이 지점에서 직접 보이는 구조는 제한적이지만, 경로가 성립하려면 연결이 필요하다.”
  • “따라서 ‘여기에는 어떤 형태의 통로가 있어야 한다’는 예측이 생긴다.”
  • “다만 이것은 관찰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모델이 요구하는 연결이다.”

“예측 표기”를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 2가지

  1. 예측의 이유를 적는다
    • “왜냐하면 A에서 B로 이동이 일어나려면, 중간에 C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 검증 가능 조건을 붙인다
    • “만약 이 예측이 맞다면, ~~가 관찰될 가능성이 있다(또는 ~~가 있어야 한다).”

포인트: 빈칸을 “신비”로 두는 게 아니라, “검증 과제로 남기는 것”이 과학적 태도입니다.


5) 한계를 같이 쓴다

“내가 본 범위/자료 범위에서는” 같은 한계 표시가 들어가면, 글은 오히려 단단해집니다.

왜 중요한가

사람들은 흔히 “한계를 쓰면 약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반대입니다.
한계를 쓰면 독자는 “이 글은 스스로의 범위를 알고 있다”고 느끼고, 오히려 신뢰합니다.

이렇게 쓰면 좋다 (문장 템플릿)

  • “이 결론은 ~~ 자료(또는 ~~ 관찰 범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 “따라서 ~~ 조건(연령/질환 단계/환경)이 달라지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 “그럼에도 이 모델은 최소한 ~~ 충돌을 해결하는 데 강점이 있다.”

한계는 ‘변명’이 아니라 ‘적용 범위’다

  • 한계를 적는 순간, 글은 “주장”이 아니라 **규칙(조건부 명제)**이 됩니다.
  • 조건부 명제는 확장·수정이 가능하므로, 지식이 자랍니다.

포인트: 한계는 신뢰를 깎는 문장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문장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3가지

아래 FAQ는 “정보 확인”보다는, 독자가 핵심을 깔끔하게 이해하도록 문장을 더 촘촘하게 만든 버전입니다.


Q1. 이븐 알나피스는 정확히 무엇으로 유명한가요?

그는 혈액이 심장 중격의 ‘보이지 않는 구멍’을 통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한다는 통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폐를 거치는 경로를 통해 설명을 재구성한 논의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새로운 말을 했다”가 아니라, 기존 모델이 필요로 했던 **취약한 가정(관찰로 확인하기 어려운 지름길)**을 줄이고, **실제 기관(폐)**을 경유지로 넣어 모델을 더 ‘관찰 친화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기억하면 좋은 한 문장

  • “보이지 않는 지름길을 없애고, ‘폐’라는 실제 경유지를 넣었다.”

Q2. 그 내용은 어디에 적혀 있나요?

핵심 논의는 13세기 저술로 정리되는 **『이븐 시나 『의학정전』 해부학 주석(Commentary on Anatomy in Avicenna’s Canon)』**에서 다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의미 있는 점은, 이븐 알나피스가 ‘완전히 새 책’만 쓴 게 아니라 권위 텍스트(이븐 시나)를 주석하는 과정에서 통설의 논리를 점검하고, 관찰과 맞지 않는 부분을 논증으로 교정했다는 점입니다.

독자가 기억하면 좋은 한 문장

  • “권위를 부정하기보다, 권위 텍스트를 해부학 관점에서 ‘수정’했다.”

Q3. 왜 ‘관찰 기반’이라고 표현하나요?

‘관찰 기반’이라는 말은 단순히 “해부를 했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글쓰기 방식 자체가 관찰 기반입니다.

  • 관찰 가능한 구조(심장·혈관·폐)를 먼저 놓고
  • 확인이 어려운 가정(중격의 보이지 않는 구멍)은 모델의 핵심에서 밀어내며
  • 혈액 이동을 **경로(어디에서 어디로)**로 제시해 독자가 따라오게 만들고
  • 직접 보이지 않는 부분은 예측/필요 연결로 표시하고
  • 마지막으로 결론의 **적용 범위(한계)**까지 함께 쓰는 방식

이 다섯 가지가 모이면, 설명은 “권위의 말”이 아니라 증거와 논증의 조합으로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래서 이 흐름을 ‘관찰 기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독자가 기억하면 좋은 한 문장

  • “관찰 가능한 것부터 쌓아 올리고, 모르는 부분은 예측으로 남겨두는 글쓰기다.”

순환 개념은 “천재의 직감”이 아니라 “관찰-논증-모델”의 결과다

이븐 알나피스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순환이라는 큰 이론은, 관찰 가능한 구조 위에서만 오래 버틴다.

그는 통설의 약한 고리(보이지 않는 구멍)를 건드렸고, 폐를 경유지로 넣어 경로를 다시 설계했으며, 그 설계를 글로 설득하는 규칙을 보여줬습니다. 이 흐름이 바로 중세 아랍의 과학자 전통에서 ‘증거 중심 글쓰기’가 단단해지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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